(D-42)이 얼마나 걷기 좋은 날씨냐
수행평가 자료를 집에 놓고 갔다가 오늘 또 가져다 달라는 아들 말에
집을 나섰다.
남편은 여러가지 버섯(능이, 송이, 싸리, 오이, 덕다리, 뽕나무)을 다 땄다며
피곤하지도 않은지 버섯 손질에 열을 올리고 있어
혼자 가기로 했다.
차를 끌고 가고 싶은 유혹이 조금은 있었지만
오늘 진료를 본 이유도 있고, 몸에 무게를 실어 걷거나 근력운동을 많이 하라는 말에
다시 열심히 걷기로 결심한 뒤라 주저하지 않고 곧장 걸었다.
혼자 걷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40여분 걸려 학교에 도착하니 아직 공부하는 시간.
9시가 되니 아이들이 몇 명 빠져나오고 아들이 나온다.
수행평가는 다음주까지 내라고 했다고.
아니 그럼, 오지 말라고 하던가. 이늠의 자슥.
그래도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니 좋은게 아니냐.
춥지는 않고 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다행.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이 걱정이다.
아프지 말고, 컨디션 잘 유지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아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집으로.
아들은 학교 오는 길이 위험하다며 차를 끌고 오지 않았냐고 한다. 그래도 엄마 걱정해주는 말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겁 많은 엄마는 아주 큰길 따라서 오간다.
남편이 왜 아직도 안오냐고 전화다.
밥은 내가 가면 먹겠다는 말에 밥도 차려줘야 하냐고 그냥 먹으라니 알았단다.
이럴땐 세게 나가야지. 내가 맨날 네네하니까.. 정말 안되겠다. 좀 세질 필요가 있다.
1시간을 넘게 걸었더니 다리도 묵직하고 허리도 아프다. 이런 젠장. 운동이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게으름 피지 말고 무조건 나가야지. 이 얼마나 걷기 좋은 날씨냐.
2023.10.0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