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고구마와 오리능이백숙
가을색이 완연하다.
들녘은 더 깊게 노란색으로 물들고 저 남산도 점점 짙어진다. .운무라도 드리운 듯 고구마밭 너머 산자락이 예술이다.(운무로 보이는 것은 사실 뭘 태워서 드리워진 연기. 문득 시골길을 달리던 차 안에서 말한 인도네시아? 운무 뉴스가 생각난다. 공장에서 내보내는 연기, 공해, 산불 등으로 인해 생긴 운무가 타국으로도 퍼져 국제적 갈등 요소가 된다고.)
시댁 고구마밭은 동네에서 다소 높은 자리를 차지해 전망이 좋다. 아버님 계신 산소를 품고 있는 가족 공동 명의의 밭. 아버님의 유산에 우린 해마다 고구마농사를 하고 깨도 심는다.
좀와서 고구마좀캐지. 어머니 말씀에 아버님이 그립다.
고구마 캐는 일은 엄청 고됐다.
가족들 일곱이 달라붙어 했는데도 꽤 오래걸렸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손목도 어깨도 아프다. 저질 체력ㅜㅜ
힘들었지만 적당히 시원하게 불어주는 기분좋은 가을 바람에 기분좋게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오늘은 햇빛도 없어 일하기엔 꼭 맞는 날씨.
고구마를 다 캐고
큰형님 생일 축하겸
능이오리백숙을 한 솥 끓이고 며칠 전에 딴 송이와 굽더더기 버섯으로 진수성찬이었다.
다들 얼마나 맛있게, 서로 고마워 하면서 먹는지 내가 더 뿌듯하다. 남편이 힘들게 따온 보람이 있다.
고생하는 수험생에게 먹일 백숙을 따로 챙겨 혼자 또 달렸다. 시골길을 빠져나올 땐 너무 어두워 좀 쫄았지만 안전하게 운전해서 집에 왔다.
아들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고된 하루였지만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또 몽글몽글해진다.
2023. 10,0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