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 골치 아픈 사랑니
아침에 한바탕 퍼붓고 정말 얘랑 얘기도 하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고 나섰는데
수면 마취가 깨고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다.
입술은 부르텄고, 얼굴도 좀 부은 듯.
이가 아프다고 이야기한 건 꽤 되었고,
그동안 치과에 가야한다는 데도 싫다고 하고, 단음식과 탄산 음료를 입에 달고 살아
혼내기도 많이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한번 된통 당해봐야 알거라고 악담처럼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추석 전부터 이가 좀 많이 아프다고 해서
부랴부랴 치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양쪽 아래 어금니가 옆으로 누워 자라고 있다.
게다가 충치가 심했고, 사랑니가 썩다 보니 그 옆에 어금니까지 충치가 있고, 위에 이도 충치가 여러개.
옆으로 누워있는 매복치라 큰 병원에 가서 빼야한단다.
이를 빼고 충치 치료에 들어가는 돈도 위에 한쪽 충치 치료하고 크라운, 레진 씌우는데만 얼추 132만원이 든다고.
돈도 돈이지만 언제나 문제가 생기게 만드는 아이의 행동에 정말 참기 힘든 분노가 치솟는다.
분명 이가 약하니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양치를 제대로 하나, 먹는걸 가려먹나.
정말 대책이 없는 아이이다.
어쨌든 이가 썩어가고 있으니 치료를 해야 하는데
우선, 사랑니 빼는게 급선무라 멀리 지웰쪽 치과병원을 찾아 이를 뺏다.
한쪽 뺏으니 다음주에 가서 실밥 뽑고 또 예약해서 마저 한 쪽도 빼야 한다. 병원비만 15만원정도. ㅜㅜ
하는 짓을 보니 안쓰러운건 잠시다. 다음날 아침에 책상을 보니 먹다 남은 사이다가 그대로 있다.
충치가 심하니 탄산음료는 먹지 않기로 해놓고, 낮에는 콜라를 또 사이다까지. 정말 짜증이 난다.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걸까?
다시 단호하게 약속을 해야겠다. 매번 무너지는 약속이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단단히 약속해야 한다.
아들 면접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는데
한 곳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뭐든, 한템포 늦은 탓일까? 수시 원서 넣고 넋놓고 있다가 며칠 전 엄마들과 만나 면접 얘기가 나와 부랴부랴 알아보았는데
만만치가 않다.
화성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한 분을 소개받아 아이의 학생부를 보냈다.
연세가 좀 있는거 같은데...잘 하실 지 모르겠다. 학원은 평촌에 있다고 했다. 면접 준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다행이긴 한데 선생님이 어떤지 몰라 조금은 걱정이 된다. 1시간당 10만원.
작년 학사 회장 엄마와도 통화했다. 작년에 면접 준비하던 자료가 그대로 다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했다. 시간당 10만원은 아니더라도 페이는 지급해야 한다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했다.
얼마가 들든, 최저를 잘 맞춰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면접 준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자식 때문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
우리 딸도 가끔은 자기 일을 알아서 하겠지.
2023.10.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