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95일)8월 13일 일기
.오늘은 가족 휴가차 가까운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원래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 갔다올까 했는데
오전에 날이 흐려 당진으로 장소를 틀었다.
당진은 신리성지와 솔뫼성지가 있는 곳.
남편이 얘기해서 사람들 올린 블로그를 보고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
김제 수류성당을 다녀온 온 후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천주교 성지를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천주교는 어릴때 고작 1년도 다니지 못했는데도 모태신앙마냥
성당을 가면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고 간절해진다.
멋진 성당의 외관도 한 몫하는 듯 하고.
당진에 도착.
점심시간이 너무 일러 예당호 주변 도착.
차가 너무 많아 출렁다리는 멀리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한참 비껴간 곳에 차를 대고 테크길을 조금 걸었다.
헉~~ 태풍이 지나고 며칠 지나니 여전히 덥다.
그래도 2~3주 전을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
벌레도 많고 습한 바람이 불어 다시 차를 타고 생선구이집으로!
와~~ 정말 생선구이가 한 상이다.
푸짐한 비주얼에 입이 쩍. 집에서는 냄새때문에 생선구이를 먹지 않으니
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메뉴.
고등어, 갈치, 가자미, 굴비? 등등의 구이는 먹어도먹어도 끝이 없다.
입이 짧은 둘째는 고등어 흰살만 좀 발라먹고
우리 셋이 정말 열심히 흡입!!
생선구이만 먹으니 좀 느끼하고 텁텁하기도.
국물요리를 하나 시킬 걸하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첫 방문지는 신리성지.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같은 위치의 넓다란 잔디위에 조성되어 있는 신리성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성당의 십자가는 하늘과 닿아 있는 곳.
초록초록 잔디와 예쁜 건축물의 성당, 그 앞에 부들로 빼곡히 차여있는 늪, 그리고 소박한 기도하는 집.
구석구석 다 보고 싶었지만 성지가 꽤 넓고, 날씨가 너무 더워
한번 둘러보고, 사진 찍고 카페로 피신.
'치타노우바'라는 카페인데..... 층고도 넓고 홀도 넓고 안에 테이블과 의자도 정겹다.
커피와 음료, 치즈케익, 사과파이를 주문하고 창문 가에 자리를 잡으며 셀카를 찍으며 논다.
저 멀리 격자 창으로 보이는 들판이 아주 호기롭게 펼쳐져 있다.
한참을 땀을 식히며 노닥거리다가
미술관에서 박해받았던 신부님들의 일대기를 보고,
4층 높이의 꼭대기에 올라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정말 기분 좋았을~~
으윽. 8월의 바람은 너무 뜨겁고, 8월의 태양은 그보다 더 강렬하다.
하지만 그 강렬함 보단 우리의 간절하이 더 클 터.
나는 나대로 아들의 대학합격을 기원하였고, 아이도 어색한 듯... 자신의 간절함을 빌어본다.
두번째 코스는 왜목마을 해수욕장.
1시간정도 거리라 바다를 보러 갔다.
해수욕장은 아담했는데... 그 안엔 사람이 어마무시.
아마도 모든 해수욕장이 인산인해일터.
차를 도로에 간신히 댔는데... 그 앞에 있는 횟집 주인이 나와서 댔다고 막 뭐라 하다가 그냥 쑥 들어간다.
별~~ 그 앞에 도로가 개인 소유도 아닐텐데...
바닷물 가까이 가니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다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아
둘째만 맨발로 바닷물에 담가보고
그렇게 여름바다는 잠깐의 추억으로 남기고
옛날을 소환하러 개심사로 출발~~
아들이 어렸을 때(3~4살이었던가) 개심사를 둘러보다가 소화전을 눌러
스님이 뛰쳐나오고 한바탕 난리를 쳤던 곳.
아들은 전혀 기억이 없지만
돌아보면 기억에 남았던 곳. 개심사.
올라가는 계단길도, 앞에 연못에서 바라보는 사찰도 너무 담백하고 정스러운 곳.
중간에 올라가다 계곡물에 세수도 하고
사찰 한 가운데 마루에 앉아 땀도 식히면서 잠시 쉬어간다.
기와불사도 하였다.
큰아이의 수능 합격, 작은 아이의 꿈 응원. 우리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였다.
이제 저녁.
우강반점이라는 곳이 아주 오래된 곳인데.. 짬뽕과 짜장밥이 맛있다고 찾아갔으나
오늘 휴무. ㅜㅜ. 휴무를 체크하지 못한 실수.
구글지도를 보니 주변에 백년초칼국수집이 있다.
우강반점보다 맛평점도 더 좋은데.... 채 3분도 안되는 거리.
갔더니 우리밖에 없다. 이 집 믿을 수 있나.
엇. 맛있다. 괜히 3인분 시켰다고 타박을 받을 정도로 두 아이다 좋아한다.
메밀전병도 한 접시 시키고 아주 맛나게 먹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썬셋을 보러 다시 신리성지로~~
마침 맞게 도착한 신리성지. 낮에 볼 때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 시간엔 작품 사진을 찍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해가 가라 앉고, 조금씩 물드는 노을을 배경 삼아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각가 좋아하는 구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사진 잘 찍는 듯 보이는 어르신이 가족 사진도 나름 컨셉을 잡아 찍어주시니
너무 좋다.
오늘 하루는 정말 꽉 채운 느낌이다.
아들이 아빠 옆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말도 잘한다.
알쓸신잡. 두 남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정답다. 둘 다 참 똑똑하단 말야.
나도 뒤에 앉으니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쉴 수 있어 좋다.
며칠 다녀 온 휴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더운데도 잘 따라다니고 좋아하니 절로 흥이 난다.
남편도 오랜만에 참 즐거운 듯 하고.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며 부모와 함께 하기 보단 각자 자기 삶을 즐기는 걸
조금씩 체감해가고 있는데....
이렇게 하루라도 함께 하고 나면 가족이라는 의미가 정말 애뜻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하루!!
2023.08.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