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를 기숙사에서 데려다 놓고, 아침을 하고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빨래를 한번 돌리고~~

서울 선배네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오송역에서 광명행 KTX를 탔다. 

이 얼마만에 가는 서울행인가?

특히, 은정언니네 집은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남편과 KTX를 타고 내려

그 앞에 보이는 자이 아파트(MADE IN XI)를 마데인으로 읽어 모두의 놀림거리가 되었던 때. 

잊어버릴만하면 누구든 소환해서 킥킥대는 데 이번엔 남편이 먼저 소환한다. 이건 늙어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나의 멍청함에 관한 얘기일지도. 

 

역으로 나온 선배님 차를 타고 강화도를 고!!

어디든 가면 단골을 만드는 선배네를 따라 간장양념에 재운 '홍'이라는 고깃집에 들어섰다. 

소맥도 한잔씩 하고, 다들 술을 좋아하고 남편이 술을 잘 안먹으니 운전은 남편 차지가 되었다. 

3~4잔을 같이 마셨는데 점심때라 그런지 노곤하니 술기운이 돈다. 

근처 커피숍을 가서 멍때리며 차 한잔씩. 술기운은 돌고 날은 덥고.... 좀 힘들다. 

 

적석사 낙조대가 목표였으나 시간이 많이 남아 전등사로 향했다. 

전에 89모임에서 왔던 곳인데... 이름만 들어선 아예 기억이 없다. 

사실 초입에 도착했을 때도 여기가 왔던 데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수차례의 복습이 필요한 인간인가 보다. 어쩜 이렇게도 기억이 없는지. 

그런 이유로 난 늘 좀 바보가 되고, 주의력 결핍이 되고, 공감 못하는 얼치기가 되곤 한다. 

들을 땐 짜증이 나지만.... 정말 그러니.. 받아 들이는 수밖에

그래서 나름 해결책으로 이렇게 블로그를 열심히 쓰고 있지 않은가?

 

전등사를 걷다 보니 예전 아이들과 찍었던 사진이 생각난다. 그래도 대부분은 기억이 없다. 

너무 더워 전등사 찻집에서 호박식혜를 두 개 시켜 땀을 식힌다. 

나무 격자 사이로 통유리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도 앞 사람에게도 일렁인다. 

천정에 길게 타원으로 드리운 흰 천도 빛을 따라 일렁이는 듯. 

아직도 두근거리는 마음 따라 같이 흐르는 듯 하다. 

 

더위를 좀 식히고 겔러리(기도하는 큰 법당하나만 봄)를 지나 대웅전, 그리고...... 조선실록 사고로 가는 길, 전등사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많은 나무를 보며 오늘 하늘과 나무가 다했네라고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지은 절이라고 하니, 사실이라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절이라 할 수 있다. 

보물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팔작지붕 건물. 다소 굵은 원흘림 기둥으로 안정감있게 세우고, 처마끝은 멀리 날아갈 듯 들리도록 했다. 공포 위로 동물조각, 귀면, 연꽃봉오리가  있고, 발가벗은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힘겹게 처마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이는 대웅전 공사를 맡아던 고편수가 아랫마을 주모와 정분이 났고, 주모는 도편수가 알뜰히 벌어 갖다준 돈을 챙겨 줄행랑을 놓았다고 한다. 도편수는 사랑의 배신으로 그 여인을 닮은 네 개의 나체상을 만들어 법당의 네 귀퉁이에서 추녀를 떠받치게 하여 부처의 설법을 듣고 개과천선하라는 뜻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역시,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ㅎㅎ

 

약사전도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고 실록이 보관된 서고도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앞에 펼쳐진 전경을 보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전등사 다원
#전등사 갤러리

#전등사 대웅전

#전등사 추녀

다음은 오늘의 목표. 적석사 낙조대. 

굉장히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가 적석사 도착.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7시 20분쯤 해가 지는데 우린 한시간 전에 왔으니~~

낙조대에 해를 가릴 곳도 많지 않아 태성선배가 먼저 오르기로 한 고려산 정상으로 향했다. 

언니와 나는 치마를 입고, 남편과 나는 운동화니 그나마 나았다. 태성선배는 크록스, 언니는 샌들. 

그래도 30분만에 정상 도착. 안올랐으면 정말 서운할 뻔한 정경. 

해가 뉘엿뉘엿 지며 불그스름 길게 드리운 노을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을 감았다 떴다 해를 봤다, 낮게 드리워져 이어달리는 산을 보았다.... 마침내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모를 다도해 같은 

바다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감상한 것도 처음이라는 생각에 뭔가 뿌듯함이 밀려온다. 

낙조를 오랫동안 본 기억이 없다고 확신에 차서 얘기했지만 뒤늦게 아이들 어렸을 때 지리산 하산 후 본 불타는 노을과 

예전 민경언니랑 희영언니랑 바닷가에서 맞이한 일몰까지... 한참 바라본 낙조가 벌써 세번째였다. 찾아보면 더 있을 수도 있겠다. 그나마 기억에 있으니 다행. 

#고려산 #적석사 #낙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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