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강풀 만화

연재가 2007년이었으니 17년이 넘은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따뜻하다. 

그럼에도 촌스럽지 않고 낯설지도 않다. 

20여년전의 시간을 내가 알고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따뜻함만 스민다. 

 

늙는다는 것은

몸의 구석구석이 변화하고 있는 나의 50 넘은 몸에서도 느끼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다는 생각이 더 크다. 

하지만 엄마나 어머니를 보면 늙는다는 것이 정말 눈에 보이는 그대로 느껴진다. 

 

늙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소녀처럼 감성에 젖지 않는 것도 아니고, 노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슬퍼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그저 겉모습이 늙는 것에 맞춰 감정도 모두 늙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바쁘다는 핑게로 

엄마의 마음을 소홀히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석이 할어버지가 죽은 아내에게 제때 표현하지 못한 말. 

엄마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제때 표현해야 겠다. 

 

남편에게도 좀더 곰살맞은 아내가 되어야하는데.. ㅎㅎ. 

지난 여름 짜증을 달고 살았더니 많이 미안해진다. 

더워, 추워... 이런 입에 달고 사는 말도 하지 말고. 

웃자. 웃자. 행복하게 웃자. 

손은 실제로 잡지 않아도 온몸 가득히 온마음 가득히 그대를 품어주자. 

 

2024.10.15.

 

아산병원에서 발간한 아산신문에서 사서가 추천했던 책. 

 

<고등어>

 

힙한 다른 책제목들을 많이 봐서인지 

고등어라니... 

뭐지?

 

음식으로 추억하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 

 

리틀포레스트가 생각났고, 

작가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음식이란?

 

오히려

어제 방송에서 본 효리의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가 더 감정적으로 맞닿아 있는 느낌. 

너무 살기 힘들었고,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 

그냥 내 어린 삶이 불우했다고 생각하니.... 별 행복한 기억도 없다고. 

엄마하면 떠오르는 음식도 딱히 생각니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엄마를 모시고 병원 진료를 보면서

엄마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향해, 그만하자 계속 되뇌어도

여전히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뿐. 

 

"친절하지 못한 딸이라 엄마, 죄송해요."

 

요양원에 돌아가셔 또 화장실에서 넘어졌다는 말에 엄청 속이 상한데...

나에게 하는 말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자식이 부모에게 미안할 게 뭐가 있냐고. 

 

엄마도 나때문에 속이 상하셨을까?

그러거나말거나 여전히 대화는 큰오빠가 전부인 엄마의 세상을 보면

영원히 애증이 공존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효리의 말처럼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자기 말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거겠지. 

15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긴 세월, 

우리 5남매를 지켜준 엄마. 

그 존재 차체만으로

혹은 날 이렇게 먹이고 키운 것만으로도 나에게 넘치는 사랑인 것을

나는 언제쯤 알게 될까?

 

2024.07.01.(월)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를 사랑합니다_강풀  (0) 2024.10.15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고  (1) 2024.06.26
나의 마녀  (0) 2024.05.27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1) 2024.05.07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0) 2023.05.22

 

어떤 내용인지 모른 채

엄청 슬프다는 추천 글귀만 기억이 나

집어 들었다. 

 

열차 탈선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니시유이가하마역에 도착하기 전에 내리지 않으면 사고를 당해 죽는다는 몇 가지 조건이 달린.

 

 

기타무라씨

죽으면 안 됩니다. 

죽으면 안돼요. 

인생을 살다 보면 굴곡이 많지만, 그래도 인생은 끝까지 살아낼 가치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

.

.

우리 가족은 살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굴러떨어지던 돌도 때가 되면 멈추듯이, 이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합니다. 

인생이란, 참으로 얄궂지요. 

언제가 당신의 미래에 눈부신 빛이 비치기를 기원하고, 

믿고,

확신하며, 

네모토 신지

            다에코

            도모코 드림. 

 

그동안 보아온 사건, 사고가 많았던걸까?

세월호, 이태원, 오송지하도..... 

이외에도 열거하기 힘든 사건들이 너무나 많다. 

어제는 화성에서 리듐배터리 생산업체에 화재가 나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불의의 사고란

간 사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이별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기차는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이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고맙고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결과가 정해져 있는 만남이.. 더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너무 마음 아픈 사고가 많다보니

현실이 더 소설같은 느낌이다. 

 

2024.06.26.(수)

 

우리나라의 로멘스 판타지

작가 해윤

그림 MAS

 

"인간은 언제나 합심해서 괴롭힐 누군가를 찾는다. 

지나치게 잘나거나 못난 이가 바로 그 대상이 되는 법."

 

무한한 삶을 사는 마녀들과 인간 남자들의 인연, 그리고 사랑.

만화의 내용이 이렇게 심오하다니. 

사회적인 마녀를 만드는 그 순간이 정말 인간 군상의 모습과 똑닮아 섬뜩할 지경. 

 

어찌됐든, 

나의 마녀여!!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지길. 나도 그리할 테니.

나의 마녀

 

 

 

 

1988년 발간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언젠가 김윤아가 진행하는 아침 프로그램에 요시모토 바나나와 랜선연결로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보았다. 

생각나는건 김윤아가 젊은시절 요시모토 바나나 책에 매료되었다는 것. 

 

그래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윤아 노래의 원형에 가까운 어떤 우울함과 상실감, 슬픔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삶의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작가라면 밑질 이유는 없다는 생각.

 

간결한 스케치처럼 문장이 이어지니 음. 이건 내 스타일이야 했다. 

한참 잘 읽다가 

몇 달째 끝을 못보고 손에서 놓다보니 

사실 책 내용도 가물가물. 

키친에는 키친/만월/달빛그림자 세 편의 소설로 되어 있다. 

만월은 키친2에 해당. 

달빛그림자는 다른 소설. 

나중엔 이게 한 소설인지 다른소설인지도 구분하지 못한채... 그냥 건너뛰며 읽어버렸다. 

참, 뭐하는 짓인지. 

하지만 그냥 이 책은 끝내련다. 

다시 읽고 싶은 동력이 다한 듯. 

그냥, 대충 읽어본 책이라고만 쓰기로 한다. 

 

추천자의 평가처럼 키친은 상처깁기기 원형을 보여준다고. 

음. 상처를 치유하는 건 누군가와의 연대. 그게 혈육이 아니어도 좋다. 

 

아직, 이 책에 깊이 빠질 수 없는 이유는 깊은 상실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일지. 

아님... 크게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것이 나의 성향일지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점점더. 

인스타그램 팔로우 작가였고, 경향신문 오피니언이었는데

그 이슬아가 이 이슬아인지 모르고 

그냥 집어든 책이다. 

볼륨감 넘치는 복희씨와 슬아. 

엄청 정겹고 사실적. 글도 정말 솔직하고 사실적이라 

단숨에 읽어버렸다. 

 

있는 그대로 솔직한 사람.

나도 모르는 여러가지 가식과 위선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듯. 

그 불편함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관계로 바꾸어버리는 작가의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가족관계가 정말 솔직하다 못해 민망할 지경이다. 

 

내 세계라는 것이 이토록 고지식할 수가 있을까?

나라는 고루한 사람이 또 고루한 관계 속에서 어쩜 더 많은 거짓과 가식 속에 

그저 그런 척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관계의 불편함, 또는 내가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은

어쩜 나를 더욱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속박이 아닐까 싶다. 

 

난 언제부턴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달리기를 할 때의 해방감.

청명한 하늘을 바라볼 때의 개운함,

사락거리는 바람에 부들처럼 흔들리는 몸짓의 유려함.

 

그런 것들이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스스로의 의무와 타인의 시선에 갇혀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것처럼

나도 과한 도덕과 세상의 의무로부터 억압되어 살아왔는지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되고 싶진 않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 사람, 그저 내 얼굴이고 싶다. 

 

2023.05.22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마녀  (0) 2024.05.27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1) 2024.05.07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0) 2023.03.03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를 읽고  (0) 2022.11.04
사랑하는 사노요코!!  (0) 2022.09.23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달리기와 관련된 몇 권이 책을 찾아 읽다가 읽게된 무라카미하루키 회고록.

자신과 관련된 사생활이 드러난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하루키지만 

이 책만큼은 그의 소설 작업만큼이나 지속적으로 해온 달리기였기 때문.

그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소설을 잘 쓰고자 체력을 길러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소설 쓰는 일이 고된 육체노동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놀란건

실제로 그가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등을 비롯한 풀 마라톤을 25회나 완주(2007년시점)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묵묵히 해온 그의 지구력과 몸에 밴 일상이다. 

길위에 마라톤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된 것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천재성을 타고나 그냥 막써도 글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큰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쩜, 자기 삶에서 행복을 찾고 만족을 얻는 건 오랫동안 묵묵히 묵언 수행처럼 해온 어떤 행위의 실체가 아닐지. 

백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어떤 성취와 발전에는 하등 도움이 안된다. 

우선, 발을 내딛는 것. 

무조건 운동화 끈을 조여 현관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 

그것부터 해야 삶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작가로서의 하루키도 대단하지만 러너로서도 손색이 없는 그를 조금이라도 흉내내 볼 순 없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_p107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_p46

** 내가 달리면서 추구하는 것. 어쩜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가!!

 

시간이 날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길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장거리 러너인 것이다. 

_p258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1) 2024.05.07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0) 2023.05.22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를 읽고  (0) 2022.11.04
사랑하는 사노요코!!  (0) 2022.09.23
<어린이라는 세계>  (0) 2022.09.05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머물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다."

 

"내가 아는 모습 중 가장 괜찮은 건 달리는 모습니다. 나는 러너로서 존재할 때 스스로에 대한 긍지를 느낀다."

 

조금이라도 달리기 시작한 건 10월 초. 

류수지 세바퀴에서 달리기 시작한 것이, 다섯 바퀴, 일곱 바퀴, 여덟 바퀴를 찍고

10월 말 2박3일 제주 워크숍에선 연 이틀 아침 일찍 호텔 주변을 뛰기까지 했다. 

시작만으로도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듯, 

여행을 가면 그 곳이 어디든 꼭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괌이라도 휴양지를 가게 되면 그 곳에서 뛰겠다는 목표도 내 안에선 원대하게 세워 놓았다. 

스페인의 어느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뛰는 동양인 여자, 작가를 상상하며 나를 그 위에 고스란히 오버랩하는 일은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무릎이 살짝살짝 찌릿해지는 것. 

칼슘제 복용도 5년 이상 된 나에게 과연 허리와 다리가 잘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병원 교수님 말씀으로는 운동으로 뼈와 근육, 인대를 단련시키는 게 가장 좋겠다고 하셨으니

지금 하고 있는 걷기, 달리기, 수영을 병행하며 러너로서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주 새 운동화를 신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기분이 좋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 또 뛰어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