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달리기와 관련된 몇 권이 책을 찾아 읽다가 읽게된 무라카미하루키 회고록.

자신과 관련된 사생활이 드러난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하루키지만 

이 책만큼은 그의 소설 작업만큼이나 지속적으로 해온 달리기였기 때문.

그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소설을 잘 쓰고자 체력을 길러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소설 쓰는 일이 고된 육체노동이라고.

 

책을 읽으면서 놀란건

실제로 그가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등을 비롯한 풀 마라톤을 25회나 완주(2007년시점)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묵묵히 해온 그의 지구력과 몸에 밴 일상이다. 

길위에 마라톤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된 것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천재성을 타고나 그냥 막써도 글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큰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쩜, 자기 삶에서 행복을 찾고 만족을 얻는 건 오랫동안 묵묵히 묵언 수행처럼 해온 어떤 행위의 실체가 아닐지. 

백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어떤 성취와 발전에는 하등 도움이 안된다. 

우선, 발을 내딛는 것. 

무조건 운동화 끈을 조여 현관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 

그것부터 해야 삶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작가로서의 하루키도 대단하지만 러너로서도 손색이 없는 그를 조금이라도 흉내내 볼 순 없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_p107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_p46

** 내가 달리면서 추구하는 것. 어쩜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가!!

 

시간이 날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길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장거리 러너인 것이다. 

_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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