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시골 풍경, 가을이다. 평화롭구나.
어머니집 고양이 복순이. 난 길복순이라 부른다. 애가 앙칼지다. 도무지 집고양이 티가 안난다.

남편은 미리 시골에 갔고, 

아들은 수험생이니 추석 당일에 사촌누나랑 오기로 했고

딸과 둘만 가는 날. 

단촐하니 가볍다. 

오전에 사촌오빠가 입원하여 청주사는 오빠랑 함께 병문안을 갖다 오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서두르자. 

씻고 정리하고 짐을 싸고, 

어머니가 사오라고 하신 국거리용 고기 한근과 무우, 떡까지 사서 출발!!

다행히 딸이 휴대폰만 쳐다보지 않고 같이 이야기 해주면서 와서 그나마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휴대폰을 계속 봤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 

음악은 지가 좋아하는 일본노래만 계속. 

처음엔 무슨 뽕끼 가득하게 들려서 영 거북하더니

이것도 계속 듣다보니까 그냥 자연스러워진다. 

문화라는 게 정말 무서운거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냥 그 문화에 젖어 살다보면 비판의식도 경계의식도 무뎌지기 마련. 

여러가지 문화를 수용해서 접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편협된 문화 편식도 문제가 클 듯. 

 

딸아이는 일명 오타쿠. 

일본 애니, 웹툰, 가수, 옷 등 온통 일본 문화에 집착한다. 케릭터 오타쿠로 시작해 점점 관심이 넓어가는 중

현재 애니학원을 다니며 진로를 그쪽으로 정한거라 더욱 그 문화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어떤 공부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딸이 학교 시험은 정말 찍기에 신공을 보여주는데 

몇 개월 전 공부랍시고 시작한 것이 구몬 학습 일본어와 한자다. 

아이의 관심사니 공부의 습관을 조금이라도 들이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엄청 열심히 하는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오시기 전 몇 십분은 그래도 외우고 공부를 하니 그걸로 만족해 하는 중이다. 

딸이 좀더 자라면 다양한 관심거리가 생길까?

 

시골에 오니 어머니와 형님이 전을 부치고 계신다. 

이 전을 부치고 나면 형님과 아주버님은 집으로 가시고 우리  식구만 남는다. 

언제부터였나? 추석전날 풍경은 이렇게 단촐하다. 

달구경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귀찮아한다. 자기 놀 일은 다 끝내서인가? ㅜㅜ

어머니 모시고 가까운 연풍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서 다시 집에 왔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조용해지고 있다. 점점더. 

할 일은 예전보다 없지만 명절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그건 좀 스산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가족들과 밥만 먹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명절은 여자들의 고행이었으니까. 

 

2023.09.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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