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제작자인 송승환(63). 1990년대 ‘난타’를 전 세계에 알렸고, 2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을 화려하게 구성해 찬사를 받았던 그. 그는 시력을 잃었다. 모든 사물의 선이 아득하다.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시력의 진단명은 황반변성 혹은 망막색소변성이었다. 의사마다 진단명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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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공연계가 어렵다. 극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 다른 분야는 적응하기 위해 온라인 부분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 바쁘다.
“공연은 대체 불가능하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그런 얘기 하는 이에게 생선회를 통조림에 넣어서 팔 수 있냐고 반문한다. 공연은 현장성이 중요하다.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 코로나19도 언젠가 끝날 것이다. 여행을 아무리 증강현실이나 스리디(3D)로 본다고 내가 여행 가서 느낀 그 공기와 냄새, 사람들의 체취, 그 나라의 느낌을 어떻게 재생할 수 있겠나.”
- 박미향, 한겨레신문, 2020.11.12.
세상에는 존경할만한 분이 참 많다.
그 중 오늘 읽은 송승환 인터뷰 글은 많은 걸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각 장애인이 되고 나서 그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중이고, 장애인을 위한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결해가는 중이다. 시각 장애인이 책을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장애인복지관을 찾고, 포기할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티티에스(TTS·text-to-speech·텍스트 음성변환기술) 같은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넷플릭스를 찾거나 KT관계자를 만나 한국어더빙을 문의하기도 했다.
신체의 여러기능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언젠간 쓸모없어 버려질거라는 두려움이 늙음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아직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 아직은 걸을 수 있음에, 아직은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삶. 늙은 대로 살만한 삶. 남은 것에 감사하는 그런 삶을 사는 송승환선생님이 참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