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한두번씩 동기들과 여행을 한다. 다들 사느라 바쁘고, 아이들도 있어 1박2일은 엄두도 못내다가 보숙, 정원, 미현의 아이들이 고3이라 치성을 드려야 한다는 정말 거창한 계획을 핑계로... 실은 더 강력한 동기는 과선배인 종선언니가 지리산 집에 꼭 오라는 반 강권으로 시작한 일정이었다. 

꼭 와야한다는 부담감에 1박2일인데 아침 9시부터 만나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워 너무 이르다는 꿍얼거림은 종석이의 예의가 아니라는 말과 미현이나 종석인 아침 7시쯤에 출발해야 한다는 미안함에 쏙 들어가.. 그나마 늦춘 9시 30분에 교육청에서 만났다. 

정원이와 보숙이, 상희랑은 종종 청주와 괴산을 오가며 만나곤 했는데

이번엔 입시학원 원장님인 미현이와 부동산 시험 공부 중인 종석이가 합류하기로 했다. 

미현이가 청주로 와서 우리를 픽업하여 지리산으로 떠난다. 종석인 남편과 지리산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좋다. 

오랜만에 만나 신났다. 

 

종선언니와 태희선배님 집은 생각보다 너무 좋고, 지리산 자락을 마주하는 전경에 넋을 잃을 뻔 했다. 또 이번 여행에서 하늘은 왜 이렇게 예쁜지. 이틀 내내 열일 한 건 아마 하늘이지 싶다. 또 하나, 이미 남녁엔 가을이 왔던 것도. 가을 색이 은은히 배여 있어 뭔가 무르익는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언니의 집은 지리산 산내면에 위치한 마을. 알고 있던 사람 5집이 터를 사서 집을 지었다고... 집도 각양각색. 마을이 참 예쁘다. 둘레길로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 걸을 수도 있다. 

언니가 준비해 준 김밥을 먹고, 잠시 수다를 떨다가 둘레길 출발!!

아무 준비없이 온 우리에게 가방과 모자와 신발을 내준 언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웠지만 즐겁다. 

우린 걷는 게 목적은 아니었는듯. 

뭐든, 잘 묻고, 감탄하고, 리액션 좋고, 무엇보다도 사진찌기 좋아하는 친구들 1시간 걸을 거리를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좋다. 뒤이어 따라온 태희선배가 연신 사진을 찍어주고, 중간쯤에서 먹은 막걸리와 안주도 일품. 

지리산이 품고 있는 다랭이 마을도 얼마나 드넓은지.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 

 

저녁 나절 빛이 사라진 지리산 안, 마을. 별 빛도 밝다. 근래들어 가장 밝다고 했다. 

밖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안에서 보숙이가 권해준 맥주와 안주도 먹고. 밤 늦도록 언니와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삼매경. 종선언니가 공황장애가 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종석이의 애교가 이렇게 놀아웠는지도 처음 실감함. 완전 손가락 오그라듬. ㅎㅎㅎ

 

다음날, 언니네 집에서 채 20분도 안걸리는 신라고찰 남원 실상사에 들러 치성을 드렸다. 어떻게 절 하는지, 어떻게 소원을 빌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지극한 엄마들의 소원이 부처님에게 하늘에 닿았기를~~

마지막 일정은 정원이가 여기까지 안보고 가면 후회한다는 함양 상림숲. 

와~~~ 이렇게 많은 꽃은 처음 본다. 사진 찍느라 중간에 미현이의 휴대폰이 꽃밭사이로 떨어지는 줄도 몰랐던 여행의 마지막!!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몇 백장을 넘기며 끝을 맺었다. 

청주로 온건 4시....미현인 밤 8시가 되서야 화성에 도착했다고. 고생했다. 운전하고 우리 대장하느라~~

정원이도 같이 여행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아프지 말고... 우리 이렇게 같이 곱게 소녀처럼 늙어가자. 사랑해.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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