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같은 낮잠을 자고~~편두통이 올듯말듯, 몽롱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류수지로 왔다. 다섯 바퀴쯤 걷고 세 바퀴쯤 뛰어야겠다. 어제는 별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가 몸이 무겁다. 신발도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장비탓으로 조금은 핑계를 돌리고(남편에게도 사주겠단 호언만 하고 아직도 안사줌. 대신 청바지 2벌을 사줬는데 그게 그건 아니지ㅋ).
뭐든 고비를 넘기는게 중요하듯, 한 바퀴, 두 바퀴 가슴이 티질 듯하고 다리가 무거워 땅에 끌릴 것 같아도 그 순간만 넘으면 뛰고 있다., 그래서 세 바퀴 성공.신난다.
뛰고 나면 사지가 모두 다 열리는거 같아서 좋다. 신체와 공기의 일체감. 혹은 공중으로 내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마저 드니 아주 시원하다.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하면서 자주 걷고 뛰고 헬스 하는 모습이 부러웠는데~~부러워만 말고, 말만하지 말고 내가 먼저 시작하자.
한 땀 식히며 걷다보니 늪지에 핀 부들이 팡팡 터져 갈색의 솜뭉치를 달고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이라면 아마 횃불로 제격일 듯. 점점이 터진 부들의 솜뭉치가 격정적이다. 늪은 소리 없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에게 내색하지 않지만 참새며, 개구리며, 지렁이며~~모든 생명들이 내밀하게 그들 나름대로 가을을 맞이한다. 생명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사랑스럽다.

 

벤치에 앉으니 가을 바람이 이미 얼굴에 흘린 땀줄기를 모두 닦아주고~~
족구를 하는 건강한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손자와 함께 열매며 풀이며 잠자리늘 채집하는 할머니의 손길도(손자에게 달라붙는 모기를 쫒느라 바쁜 손이기도), 필리핀에서 온 여자일까. 엄마와 그의 세살정도 되어보이는 딸아이의 매미매미 소리도 가을 바람과 함께 오래오래 류수지를 가득 메운다.

 

** 다음 날, 걷기 여덟 바퀴, 뛰기 다섯 바퀴 성공!!

#참개구리 #나무위키 왈 가장 흔하고 개체수가 많아 흔히 그냥 '개구리'라고 하면 보통은 이 녀석이다. ㅋㅋㅋ

# 코스모스는 이미 지고 있다.

#부들부들 #남편은 소시지라 부름 #난 늪의 부들이 좋다. 뭔가 정갈한 느낌.

#부들 솜뭉치가 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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