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남편과 데이트.
언제부터인가 평일에 휴가를 내서 가고 싶은 곳에 휙하니 다녀오기로 약속하고
올 초 김제여행 외엔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영월을 가기로 했다.
감성충만 남편은 유튜브를 보다가
생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 궁금하다며
영월을 가자고 했다.
영월은 5번 이상을 다녀온 거 같은데 갈때마다 기분좋아지는 것이 마치 제2의 고향인 듯. 좋다.
영월에 남편의 선배도 있어서 간김에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출발!!
3시간 넘게 걸리는 길이긴 하지만 오랫만에 나섰더니 그냥 기분이 좋다.
평일에 남들은 회사에 가는데 이렇게 베짱이처럼 뺀질거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또, 평일이라 사람에 밟혀죽진 않을터.
점심시간 보다 4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영월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습지를 한바퀴 돌았다. 정식 명칭은 가대생태습지구만.
영월을 몇 번 왔지만 이 곳은 처음. 반대편 쪽으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룡포에 갈 수 있게 배를 타는 곳이 있다.
11월 초날씨답지 않게 더운 날씨로 가져간 옷은 벗어던지고 반팔 차림으로 한바퀴 돈다.
이게 왠일이냐. 땀까지 날정도의 이상기온이다. 미친 날씨다.
햇볕이 뜨거운데 그늘이 되어 줄만한 곳이 없다. 굉장히 넓은데 일부러 오진 않을 것 같다. 관리하려면 돈이 만만치 않겠군.
시간이 다되어 장릉보리밥집을 찾았다.
사람이 많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니 맛이 기대된다.
보리밥과 감자, 메밀부침을 시켰다. 참 맛나다. 보리밥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여기 반찬마다 맛있다.
밥을 먹고 그 근처 가페에 가서 한참 있다가
남편의 선배와 헤어져 오늘 가기로 한 낯 선 땅. 낯 선 길.
정선군 신동읍 연포길
남편이 찾아본 길로 그냥 하염없이 간다.
가는 길 중간에 내리고 싶으면 내려서 바람을 맞고, 사진을 찍고, 산과 나무를 본다.
중간에 소사마을과 연포마을을 이어주는 세월교에서 세월가는지도 모르게 앉아서 놀기도 한다.
올갱이가 새까맣다. 어머니나 형님이 보시면 좋아하시겠다.
좀더 길을 가보니 폐교가 하나 보이고 폐교를 마주하며 커다란 절벽과도 같은 산이 보인다. 멋진 풍경.
나중에 정보를 찾아보니 폐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지여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앞에 산은 뼝대.
마을 주민들은 세봉우리를 각각 칼봉, 둥근봉, 큰봉이라 불렀다고. 달이 세 번 뜬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봉우리에 가려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여름철 연포분교캠핑장에서 하루 묵으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캠핌장을 운영하는건진 모르겠다.
대부분은 연포분교캠핑장을 찾아서 가는 길이었나 보다.
우리랑 감성이 많이 틀리지만 사람이 찾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강원도 깊은 산 속에 들어오니 바람도 맞춤하고 햇볕도 따뜻하니 좋다.
너무나 자유로운 기분. 이럴땐 정말 흐느적흐느적 바람과 함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남편의 감성이 가끔 생각도 못한 곳으로 이끌어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
강원도의 속살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온 하루였다.
아들의 수능응원과 대학학격을 세월교 위에서 크게 소리 지르며 기도했다.
영월!!
나이스투미추
영월!!
씨유어게인
2023. 11. 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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