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하루에 갔다왔다는 동네 동생의 말을 듣고

정말이지 즉흥적으로 에어로케이 항공에 들어가 티켓을 끊었다. 

갈때 1만원, 올때 2500원. 물론 유류세...뭐 이런거 더하면 둘의 왕복 항공비는 9만원이 채 안된다. 

랜트 37200원. 

2주 남겨놓고 티켓팅!!

드디어 6월 18일. 제주도로 고고

 

아침 8:20 출발해서

제주에서 저녁 9:25에 청주로 오는 일정이다. 

 

이번 여행은 작은 책방여행이다. 

제주 동쪽 종달리 쪽. 소심한 책방과 책방무사 2곳을 둘러본다. 

낮엔 너무 뜨거우니 

책방 가기전 숲으로.

비자림. 

평일이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천년의 나무들일까?

빼곡한 숲 길 안에서 

정말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보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섬 안에 이런 숲이 숨어 있다니. 

제대로 숲 치유 중. 

 

비밀의 숲 포토존을 찾으러 갔지만 

이미 너무 덥고 힘들고, 방향도 잘 못 찾아

목적한대로 소심한 책방을 찾아 나선다. 수상한 소금밭 간판 아래 소심한 책방이라는 간판이 달렸다. 

이름이 딱 들어맞는 책방이다. 

예전 종달리가 소금밭으로 유명했다고. 

책방 주인의 정성과 솜씨가 곳곳에 닿아 

스르르 책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선 자리에서 그림책 몇 권을 보고, 

한창 책에 몰두해 있는 남편 사진도 몰래 찍고, 별책방에 도움이 될까 책전시며, 소품전시며.... 빠르게 스캔하고 

쉴새 없이 사진에 담는다. 

남편은 <풍경의 깊이>, 강요배. 난 <문득>, 오세나 

남편에게 책을 선물해주고 나에게는 그림책을 선물했다. 책 선물은 줄 때도 받을 때도, 내가 살 때도 기쁘다. 

책방 주인에게 남편과 투샷 사진을 부탁하고, 

오래오래 그 곳의 전경을 마음 속에 담아 두며 '안녕' 인사한다. 

 

책방 무사로 가려고 차를 돌리다가 무심코 오래된 팽나무 아래에서 

스냅사진을 찍고 있는 신혼부부 발견. 

옷차림도 과하지 않고 담백한 그들을 따라 우리도 그와 같이 세상 정직하게 서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주차하는 도중 그들은 마을 골목길로 떠나버렸다. 

남편이 나만 몇 컷 찍어주고 

말로만 들었던 종달리 마을 길 산책을 우연찮게 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골목들엔 옛 모습의 집이 있고, 그 집을 개조해 작은 가게들이 여러개 보였다. 

길을 가던 중 소품가게 앞에서 주인을 맞닥뜨린건 어쩌면 행복한 기억을 돌아볼 수 있게 한 인연은 아닌지. 

가게 주인인 부부를 따라 들어갔더니 카페에서 2만원은 족히 받았을 음료와 간식이 나온다. 

귤을 직접 재배한 걸 손수 만들어주었고, 카나페에 올린 잼도 직접 만든거라고. 

그 곳에 있는 건 다 만든거라니 손수건이며, 앞치마며, 가방이며 그냥 정스럽다. 

앞치마와 가방 앞에서 뭐로 정할지 몰라 할때 남편이 정해준 가방. 4만원. 얻어먹은거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가격. 

제주의 당근이 들어가 있는 가방인데 제법 많이 담기고 이쁘다. 남편의 선물. 고맙다. 

10년 뒤에 다시 오는 건 너무 늦다는 주인장의 말을 뒤로 하고,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을 남기며

채방무사로 고고!!

 

책방무사는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요조의 인스타를 예전부터 팔로우하고 있었던 차라 웬지 많이 익숙한 느낌.

그래도 구석구석 새로운 것들에 눈이 분주하다. 

한창 더운 시간. 

여기저기 둘러본 후 여유롭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씩. 

잘생긴 개가 남편 발 밑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는데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바로 다른 곳으로. 

사진 찍히는거 싫어한단다.

마음이 맑은 사람이라 동물들이나 아이들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남편의 말을 귀엽게 듣고. 

들어올 때 보아두었다는 초등학교 탐방. 

수산초등하교. 

100년을 넘었을 듯한 오래된 나무들과 널찍한 잔디가 인상적인. 

정갈하고 깨끗한 학교에 완전 반해버렸다. 

들어가는 교문 앞에서 한 초등학생의 인삿말. " 안녕하세요?"

"어, 안녕. 너 엄청 좋은 학교에 다니는구나!!"

괜한 인사치레가 아닌, 정말 진심을 다한 말이었다. 

학교 잔디에 놓인 축구공을 몇 번 차는 남편과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이런 제주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했다. 

때마침 아들과 딸에게 나란히 전화가 오고.... 나중에 함께 오면 좋겠다. 

아쉽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나오면서 감지한 불길한 상황. 

윽. 여기 학교 앞인데... 불법주정차!! 책방무사 앞 도로옆에 차를 주차했는데....

하필 이곳이 학교 앞 사거리 부근. 왜 둘다 인지하지 못한 것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벌금 무려 12만원!!. ㅜㅜ

제일 싼 티켓을 구하기 위해 그리 애썼건만 그 배로 경비가 들어가는 꼴이 되었다. 

 

중간에 랜트카 사고 난걸 보니 

그나마 벌금내는 걸 감사하는 걸로 마음을 다독여 본다. 

시간이 별로 없어 바다는 해안도로를 타고 구경하는 걸로 끝냈다. 그게 좀 아쉽다. 바다로 가라앉는 노을도 보고 싶었는데.

 

랜트카를 반납하고

셔틀버스 기다리는 20분 동안 빠르게 맥도날드 햄버거. 

곧 버스가 온다는 말에 입으로 우겨넣고... 공항도착. 

아이들에게 줄 초콜릿 하나 사고, 남편은 만다라덕 백백 하나 사고... 여행을 끝낸다. 

 

꿈결같은 여행이었다. 

남편과 마음 편한 여행이라 더욱 행복했었나 보다. 

 

2024.06.18.

비자림 숲 길. 빛과 색이 만드는 길
비자림. 천 년의 숲.

비자림 일대 카페 '제주소녀'. 소녀는 없고 제주 아저씨만 있네. ㅋㅋ

수상한 소금밭. 소심한책방. 소심한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편한 곳.

책읽기 몰두. 남편.

종달리 소금밭. 올레 코스

종달리 마을

종달리 마을
이걸 서비스로 주신다구요. 안 살 수가 없네.

책방 무사. 요조님은 육지에 더 많이 계시다고. 육지라는 말이 익숙한 섬사람들. 

이 개 이름이 뭐였더라. 

초등학교. 오래된 나무 아래

수산초등학교. 정말 예쁘게 관리되고 있는 학교. 오래오래 남아있으렴. 

노을은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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